어젯밤 서울에서 광주로 오는 길, 30대 중반의 젊은 회사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현실에 찌들어 경계심과 속내음을 맡으려는 눈을 가지고 있던 중년의 아저씨.

사업과 미래와 투자에 대한 자기의 생각을 내 귀에 대고 토해내더라.

아저씨가 말하더라.

"대학원은 씨발, 네가 대학원 석사를 내민다고 이력서에 토하나 달라지겠냐? 세상은 먼저 고기 앞에 서는 짐승이 먼저 잡아먹을 수 있다, 이게 전부야."

"공무원 준비해. 요즘 같은 시대에 안정한 것보다 좋은 게 없어."

"군번줄, 학벌, 선후배가 회사 생활의 반을 책임지는 거야. 나 같으면 학교 이름 병신 같으면 몇 번이라도 편입할 준비하겠다."

"내 친구가 벌써 상무란다, 씨벌. 이 나이에 상무면 팔자 핀 거지. 이게 다 윗 놈 목에 칼 꽂을 생각만 가지는 세상 분위기 덕분 아니겠냐?"

아저씨 말은 찌든 비릿내 가득한 웅변 같았다.

젊은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말이 그뿐이라니. 이런 냄새나는 말을 전해주는 앞 세대가 다시금 미워졌다.

주말에 출장을 가는 그 아저씨의 찌든 일생이 내심 아쉬웠어도, 그 비릿한 눈빛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날카롭게 노려보는 눈빛은 눈 앞의 사람을 보는 게 아닌 간사한 속내음을 맡으려는 구 시대의 간신들의 눈인 것만 같았다.

비유해보면, 현세라는 썩은 냄새를 한가득 담은 세상의 대표가 내 옆에 앉아 그런 이야기를 토해내고 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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