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이 많아도 해야 할 일이 많은 나날이 계속되는 게 삶인가 싶다.
인스턴트 커피 한 잔.
그윽한 향 하나 종이컵에 담고 새벽에 부는 찬바람을 맞는 날이 많아졌다.
이런 때면 삶의 맛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삶의 맛... 어떤 맛일까.
입맛 다시듯 생각해보면, 썩 나쁘지만도 좋지만도 않은 것 같다.
오전 늦게 일어나 아침을 거르고, 어쩌면 점심도 모두 거르고 출근하면, 멍한 눈으로 컴퓨터 화면을 본다.
아무도 없는 연구실에서 오늘은 무얼 해야 할지 생각하고, 시간을 체크한다.
가끔은 출장도 가게 되고, 워크숍에 가려고 하루를 비워두기도 한다.
규칙적인지 뒤죽박죽인지 모를 삶이다.
내 눈은 퀭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초롱초롱 빛나기도 하다.
그러다 가끔.
잠깐의 휴식이 문을 두드리고 내게 찾아온다.
지금 쉴 수 있을 거 같은데. 어때? 똑똑똑.
그리고는 내가 하고 싶었던 소소한 일들을 즐기도록 작은 여유를 선물하고 떠난다.
어쩌면 가끔 선물 상자 속에, 기적처럼 내게 행복을 담아 주기도 한다.
...마지막 커피 한 모금.
어쩌면 내 삶의 맛은, 지금 이 커피처럼 씁쓸한 단 맛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쓰디 쓴 맛을 음미하다 끝에 느껴지는 단 맛이 소소한 웃음을 머금게 하듯.
그러고보니, 맑은 새벽 하늘에 커피 한 잔이구나.
오늘도 작은 행복이 왔다 갔구나.
인스턴트 커피 마시는 새벽이 많네요.
2017. 6. 6. 20:40